외이도염, 박쥐, 전자책, 웜홀
아내는 스쿠버다이빙 나가고, 외이도염이 낫지 않은 나는 혼자 리조트 식당에 앉아 있다—다리와 팔에 모기를 물리며. 식당 앞 중국랜턴나무에는 박쥐가 드글드글 매달려 있다. 재잘대는 녀석, 이곳저곳 옮겨 날아다니는 녀석, 과일을 신주단지 마냥 끌어안고 먹는 녀석, 제각각이다. 그럼에도 나무는 모든 박쥐를 먹일만큼 많은 열매를 맺었다. 그덕에 박쥐들은 여유롭고 인간인 나는 서글프다. 박쥐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나무 뒤로 넘실대는 파도처럼, 살랑이는 바람처럼, 리조트 직원의 쓱-싹 빗질처럼, 어떠한 운율을 갖고 지껄인다. 외이도염을 앓은지는 5개월이 되었다. 스쿠버다이빙 후 귀이개로 귀를 후빈 게 잘못이었다. 발병한 뒤로도 이를 가볍게 여기고 계속 물놀이를 하고 술을 마셨다. 그러니 오늘까지도 완치되지 못해 산..
2024. 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