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 백수, 태평천국, 곽철용

1. 얼마 전 틱톡 인플루언서 에디슨 레이는 UFC 메인 이벤트 현장기자로 발탁 됐다. 그는 현장기자 역할을 위해 대학에서 방송저널리즘을 3개월 공부 했다고 트윗을 날렸다. 수많은 고학력 백수들--저널리즘 석박사까지 마쳤으나 여전히 구직에 성공하지 못한--이 폭발했다.

2. 고학력 백수들이 진짜 화를 내야할 대상은 에디슨 레이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일 것이다. 공부 열심히 하면 훌륭한 사람 된댔는데, 그들의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까. 에디슨 레이는 사회 시스템에 속지 않고 오늘날 유효한 성공의 방식을 알아채 성공했을 따름이다.

3.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왜 우리를 성공으로 데려다주지 못하는가. 공부와 현실이 따로 놀기 때문이다. 능력주의라지만 시험이 능력을 측정하지 못한다. 마치 중국이 청나라 시대에도 과거 시험에 공자 말씀을 물은 것처럼, 우리나라 공무원 시험에 사자성어를 묻는 것처럼, 현재 미국 국회의원 중 컴퓨터 전공자나 국제통상 전공자는 거의 없는 것처럼.

4. 고장난 능력주의는 고학력 백수를 양산한다. 청나라 말기 태평천국 운동을 주도한 홍수전도 과거를 네 번 떨어졌다. 고학력 백수들은 사회 문제를 심오하게 이해할 수 있고 SNS에 장문의 글을 쓸 시간도 충분하기 때문에 정치적 반발의 토양이 된다.

5. 정부는 고학력 백수들의 좌절과 불만이 너무 커지기 전 고학력 백수들에게 어느정도의 소확행을 안겨 줄 필요가 있겠다. 한편 고학력 백수들은 자신들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되지 않을 경우 자기들이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겠다. 노래방 사장이 광화문 앞에서 노래방 기계를 부숴 자인의 정치적 불만을 표한다면, 고학력 백수들은 어디서 뭘 해 자신들의 정치적 불만을 표현할 것인가. 고학력 백수들은 곽철용 선생의 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나도 순정이 있다. 니가 이런 식으로 내 순정을 짓밟으면은, 마 그때는 깡패가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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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https://foreignpolicy.com/2021/07/16/taiping-rebellion-addison-rae-meritocracy-exams-rebellion/

America’s Collapsing Meritocracy Is a Recipe for Revo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