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피지 칸다부 섬(Kadavu)

nomaddamon 2024. 4. 3. 17:26

새벽 다섯시.

 

해 뜨는 거 보러 나갈까. 아니, 침대 빠져나오기란 어렵다. 쭉 자려다가 낯선 새소리를 듣는다. 침대를 기어 나온다. 새를 그렇게나 좋아하진 않는다. 일전에 돌로이 수바를 갔다. 아침에 왔으면 여러 새를 볼 수 있었지만 낮에 갔기 때문에 한 마리도 못 봤다. 그때 허탕 친 아쉬움이 오늘 이른 새 찾기의 동력이다. 발견한 새는 ‘Whistling Fruit Dove’ 라는 작은 새였다. 이 섬에서만 볼 수 있는 새라고 했다. 잠깐 삼십분 정도 울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Whistling Fruit Dove (사진 출처: https://animals.fandom.com/wiki/Whistling_Fruit_Dove)

 

새들도 떠나고 나도 산책이나 하고 들어가려 했다. 먼 발치 리조트의 개들이 보였다. 아직 덜 큰 하얀 개들. 겁이 많아 조금만 가까이 가도 관목 아래로 들어가 버린다. 개들도 겁이 많고 게들도 겁이 많다. 리조트 부지 전반에 구멍이 숭숭 뚤려 있다. 랜드크랩 서식지다. 멀리서 보면 랜드크랩이 슬금슬금 움직이는 걸 볼 수 있다. 사람이 까딱 하면 게 눈 감추듯 구멍으로 들어가 버린다. 결국은 식사 테이블 위에서 만난다. 

 

까딱 하면 게 눈 감추듯 구멍으로 들어가 버리는 랜드크랩

 

바닷가에는 바람이 분다. 소금 냄새, 냄새, 그리고 나무에서 떨어져 으깨진 과일 냄새가 난다. 과일 냄새를 맡으니 배가 고프다. 초저녁부터 자서 그런 같다. 리조트가 위치한 섬은 인터넷과 무선 통신이 된다. 저녁 먹고 방에 들어오면 없다. 노래만 듣는다. 김장훈은 노래만 부르고, 문샤이너즈의 검은 바다가 나를 부른다.  페퍼톤즈의 노래가 불빛처럼 달리고, 안타깝지만 갤럭시익스프레스의 시간은 간다. 카를로 로벨리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마음만 무던히 흐른다. 

 

피지의 칸다부 섬